“대통령 공약 사항인 치매 국가책임제 서둘러야… 치매 환자 검진·치료·요양까지 촘촘한 설계 필요”
출처: 2017-05-30 17:25 국민일보
100세 시대는 축복이자 재앙이다. 수명은 늘었지만, 육체적으로나 재정적으로 고달픈 노년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1위인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은 80%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의 또 다른 그늘인 치매는 건강보험 보장률이 2012년 71.5%에서 2015년 69.8%로 후퇴했다. 정부가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선별검사와 노인장기요양보험, 24시간 방문요양서비스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치매 환자를 돌보기 버거운 가족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엊그제 치매에 걸린 노모를 수발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살해하고 시신까지 매장한 50대 아들이 1년2개월 만에 서울 송파경찰서에 자수했다. 오죽했으면 천륜을 저버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지 마음이 무겁다. 지난 3월에는 치매 아내를 병시중 들던 70대가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은 독극물을 들이킨 비극적 사연이 전해졌다. 아내는 죽었지만 그는 죽지 않았고, 아내 살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형을 받았다. 3년 전에는 50대 남성이 80대 부모 수발을 하다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도 있었다.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생기면 웬만한 가정은 풍비박산난다. 치매 환자의 치료나 간병 비용도 엄청나지만 치매 환자를 돌보는 몸과 마음의 고통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72만4000여명에 달한다. 2030년에는 치매 환자가 127만명, 2050년에는 27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데 2050년에는 6∼7명 중 1명이다. 치매 환자를 더 이상 가족만의 비극으로 남겨둬선 안 되는 이유다.
청와대가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인 ‘치매 국가책임제’를 사회 분야 우선 정책으로 추진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치매만큼 시급한 복지 정책도 없다고 본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를 국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치매지원센터 확대, 치매책임병원 설립,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환자 부양을 가족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치매 검진부터 치료, 요양에 이르기까지 국가적 차원의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치매는 나와 내 가족,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질병이다. 치매에 대한 범사회적 인식 전환도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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