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냈다고 ‘아동학대’로 고소하는 학생들.. 소송보험 가입 교사 1만7000명
[출처: 중앙일보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피고소에 대비하는 교사 전용 보험에 가입했다. 그는 “수업시간에 교탁을 세게 쳤다는 이유로, 체육 시간에 실수로 학생 쪽으로 공을 찼다는 이유로 고소당하는 동료 선생들을 봤다. 나에게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보험을 들었다”고 말했다.
교사의 정당한 훈육에 소송으로 대응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파악한 민형사 소송 사례에는 교육 현장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B초등학교에서는 같은 반 친구를 때려 담임 교사로부터 사과하라는 말을 들은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해당 교사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2015년 한 중학교에선 학생 가정을 방문한 교사가 고소를 당했다. 담임 교사에게 폭언을 하고 교실을 무단이탈한 학생에 대해 선도위원회 참석 요청서를 주려고 학생 가정을 방문하자 학부모가 무단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페이스북에 담임 교사에 대한 욕설을 적었다가 10분간의 훈계를 받은 한 고교생은 “인격적 모멸감을 받았다”는 이유로 담임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교사들이 소송에 휘말리면서 법률지원 보험 상품 판매도 늘고 있다. 2006년 동부화재가 만든 ‘참스승배상책임보험’은 계약 건수가 그해에는 306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4배가량인 4395건이 됐다. 누적 계약 건수는 1만7000여 건이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학교의 부당한 징계 등에 대한 행정소송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교사들은 주로 학부모의 고소·고발에 대비해 가입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만든 더케이손해보험이 ‘THE-K 교직원 법률비용보험’을 판매했는데 1년 새 약 3000건이 계약됐다.
지난달 22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 시내 11개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 및 교권보호 전담 변호사를 배치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담 변호사는 이르면 다음달에 배치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권 침해 사례는 2만3574건으로 연평균 4700건이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국 일부 주처럼 교권 침해가 인지됐을 때 학교나 교육청이 학생을 상대로 민형사 고소를 하는 등 강력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법 제·개정을 통한 교권 보호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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